[혼자하는 여행 일기]



 

비엔나 그린칭

    비엔나 여행이 거의 막바지에 다른 시점에서 비엔나가 지겨워졌다. 빈이 안 좋은 동네는 아닌데 이상하게 막 엄청 좋았다 이런 느낌이 들지가 않는다. 특별하게 나쁜 일도 없었는데 말이다. 아마 너무 더워서 그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날은 선선했다. 그래서 잠도 더 많이 잤다. 11시까지 늦잠을 잔 후 뒤늦게 트램을 타러 설렁설렁 걸어 나왔다. 

 

    이 날은 비엔나 관광명소를 돌지 않고 빈 북쪽에 있는 근교 도시인 그린칭에 가보기로 했다. 트램과 버스로 그리 어렵지 않게 가볼 수 있는 곳이었다. 가는 방법은 4가지 정도가 있고, 아래 글을 참고하면 된다.

 

 

 

 

 


    트램을 타다 찍은 귀여운 자동차. 도심에서 멀어지면 이런 차들이 종종 보인다. 신기한 것은 이런 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거의 할아버지라는 것이었다. 

 

 

 

 

그린칭

    그린칭은 트램의 종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이 정말 없었다. 차들은 다녀도 사람은 별로 다니질 않았다. 가이드북에서 보고 온 곳이라서 사람이 많을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조용하고 얌전하고 뭔가 코지한 느낌이 들었다. 

 

    그린칭은 작은 동네여서 일단 나중에 둘러보기로 하고 전망대부터 올라가 보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올라가면 칼렌베르그 전망대가 있다.

 

 

 

 

 

칼렌베르그 전망대

    전망대에 올라가니 사람이 슬슬 보이기 시작했다. 버스를 타고 꼬불꼬불한 산을 올라가며 주차장을 지나는데 주차장이 꽉 차 있었다. 처음에는 사진처럼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는데 갑자기 중국 단체 관광객이 몰려와 자리잡기가 힘들었다. 어딜 가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골치가 아프다. 그들의 새치기와 사진 욕심,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목소리는 세계 최강이다.

 

    전망대에는 전망대 말고도 레스토랑, 카페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노점상도 있었다.

 

 

 

 


    그래도 전망은 정말 좋았다. 아침에 흐려서 전망을 제대로 볼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오후가 되면서 해가 나왔다. 저 멀리 비엔나 시내가 보였다. 전망대는 작게 보이는 마을 풍경 속에서 아는 건물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한데, 이곳은 너무 멀어서 그런 재미를 느껴보지는 못했다. 비엔나 지리를 잘 모르기도 했고.

 

 

 

 

 


    강물이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유럽의 웬만한 도시들은 강을 끼고 있어서 전망대에 올라가면 굽어진 강을 내려다볼 수 있다. 잘츠부르크에서도 그랬고 여기서도 그랬고, 루체른에서도 그렇고.. 아무튼 정말 멋진 풍경이었다.

 

 

 

 

 

그린칭 레스토랑 Zum Martin Sepp

    아점을 어정쩡하게 먹고 나와서 배가 고파졌다. 그린칭에 괜찮은 식당이 많다고 해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정말 많은 고민 끝에 이곳을 골라 들어왔다. 가게 이름도 몰랐다. 이 글을 쓰려고 그때 기억과 남아있는 사진을 이용해서 가게 이름을 겨우 찾아냈다. Zum Martin Sepp 이라는 곳이었다.

 

    테이블이 야외와 실내로 나눠져 있었다. 보통 이런 경우 가게 밖에서 야외가 먼저 자리하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실내 테이블이 나오는데, 특이하게도 야외 테이블이 집 안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가정집을 레스토랑으로 개조해서 안마당이 야외 테이블로 사용되는 것 같았다.

 

 

 

 


    메뉴는 영어 설명이 거의 없어서 그냥 몇 개 추천해달라고 하고 그중에서 골라 먹었다. 하나도 모르는 독일어를 보고 어떻게 주문을... 맛이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버섯이 주 재료였고 약간 두부 같은 것도 있고 고기도 조금 있는 그런 요리였다. 요리 이름도 모르고 그냥 먹었다. 뭔지 알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 기억이 안 난다.

 

    여행 내내 술이라고는 맥주만 마시다가 이 식당에서 처음 와인을 마셔보았다. 그린칭이 호이리게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호이리게는 그 해 난 포도로 만든 포도주라고 한다. 와인도 잘 몰라서 그냥 이 음식하고 어울리는 것으로 달라고 했다. 사실 이런 메뉴 주문은 꽤 위험하다. 만약 관광객 등쳐먹기로 유명한 베네치아 같은 도시에서 잘못 걸렸다간 몇십만 원 치 식사를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다행히 이 착한 웨이터는 적당한 것으로 소개를 해줬다.

 

 

 

 

 


    밥을 다 먹고 계산을 하니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진짜 엄청나게 쏟아졌다. 식당 직원들이 달려 나와 천막을 펼쳤다. 야외 테이블이었는데 다행히 천막을 펴고 접을 수 있어서 비를 피할 수 있었다. 나가서 동네 구경 좀 해보려고 했는데 나갈 수가 없었다. 비가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우산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있기에는 좀 그래서 와인 한잔을 더 시키고 정말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마시며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

 

 

 


    한 30분쯤 기다렸나, 비가 그쳤다. 밥을 먹은 시간보다 비가 그치길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었다. 밖으로 나와 동네를 둘러보는데 볼게 정말 없었다. 작은 동네기도 하고, 비가 와서 그마저 있던 사람들도 다 들어간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다시 돌아가는 트램을 탔다. 트램을 기다리는데 자꾸 옆에서 고기 냄새가 났다. 케밥 가게였다. 밥을 먹긴 했지만 비를 기다리는 동안 소화가 다 되었다. 유혹을 참지 못하고 바로 사 먹었다. 맛있었다.

 

    유럽여행을 하면서 케밥을 꽤 많이 먹었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는데 유럽에서 케밥은 참 괜찮은 먹거리다. 가격도 싸고 고기 양도 많고 콜라랑 먹으면 배를 충분히 채우고도 남았다. 빠르게 케밥을 먹고 비엔나로 돌아가는 트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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