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하는 여행 일기]



 

힘쎈여자 도봉순이 심어주는 인식

 

    JTBC에서 2017년에 방영한 <힘쎈여자 도봉순>은 방영 전부터 흥미로운 주제와 캐스팅 등으로 화제를 모았고,  그 기대에 걸맞게 시청률 9%를 기록하며 JTBC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갈아 치웠다. 힘이 무척 센 취업준비생 도봉순(박보영), 게임회사 CEO인 안민혁(박형식), 형사 인국두(지수), 그리고 1인 2역을 선보인 김원해 등의 중심인물 간 갈등이 흥미롭게 연출되었다. 그리고 박보영과 박형식의 케미와 상황에 적절한 BGM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 흥미를 끌었다. 범죄, 코믹, 러브라인 등 다양한 주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다. 뜬금없는 백탁파와 김원해의 등장에 다소 오글거리는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킬링타임용으로 재밌게, 웃으며 봤다.

 

 

 


    재미는 있었지만 논란이 되었던 부분도 많았다. 도봉구 주민들의 민원이 대표적이다. 드라마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 대부분은 주인공 도봉순이 사는 도봉구 도봉동에서 발생한다. 이 지역에서 여성납치, 살인 등 다양한 범죄가 수차례 발생한다. 그리고 밤이 되면 굉장히 음침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지역으로 묘사된다.

 

    문제는 도봉구, 도봉동이 실제로 우리나라에 있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곳 시민들은 여러 번 민원을 넣었고, 도봉구청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심의 요청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필자는 도봉구 주민은 아니지만 만약 도봉구 주민이었다면 아무리 드라마라고도 해도 기분이 절대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드라마 중 엑스트라 아줌마들이 "더 이상 도봉구에서 못살겠어요", "정말 이사를 가야 하나"라고 하는 등 안 좋은 말을 들으며 기분이 좋을 동네 사람은 없지 않겠는가. 민원이 들어온 이후 드라마 오프닝에 드라마 내용과 실제 도봉구와는 아무 연관이 없다는 자막을 달기는 했지만, 가상의 이름으로 동네 이름을 정했다면 이런 갈등이 없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 드라마의 주요 내용은 나쁜 사람을 혼내주는 것이다. 깡패들을 때려주고, 일진을 혼내주는 등 평소 약한 사람들이 하고 싶었을 일들을 도봉순이 시원하게 보여준다. 힘이 쎄다는 것은 좋은 능력이지만 도봉순은 처음에는 힘이 세다는 것을 싫어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정상적인 삶을 꿈꾸고 가끔씩은 여린 여자가 되고 싶어 한다. 술을 마시고 "힘센 것은 제 잘못이 아니에요. 저는 구경거리가 아니란 말이에요."라고 하며 자신만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그렇지만 인국두(지수)는 이러한 힘을 모르고 봉순이가 단순히 작고 여려 보이기 때문에 무작정 보호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과잉보호 속에서 도봉순은 결국 화를 내게 된다. 아무리 작고 여려 보여도 간섭이 과했기 때문이다.

 

    약자(물리적으로 약한)와 특이자(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도봉순)를 사회가 어떻게 대해줘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다. 이들에겐 보호와 집착이라는 보호막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적절한 관심과 배려, 그리고 사람대 사람으로서의 예의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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