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하는 여행 일기]



 

 

다시 등산

    천국의 문에서 시원한 시간을 보내고 이제는 내려가야 한다. 프라하까지 돌아가는데 기차로 몇 시간, 데친으로 돌아가는데 1시간 잡으면 시간이 얼마 없었다. 보트도 타야 하고 배도 고파서 아쉽지만 내려왔다. 여기에 나중에 또 올 날이 있을까?

 

천국의 문 총정리 [가는법, 데친 프라프치츠카, 흐르젠스코, 보헤미안 스위스 국립공원, 체스케 슈비차르스코 국립공원, Pravcicka Archway, 랜선여행]

 

 


    내려가는 길은 꽤나 편했다. 처음에 길을 좀 헤맸지만 다행히 길을 찾았다. 나무가 한국보다는 가는데 아주 곧게 위로 쭉쭉 뻗어있었다. 한국 숲과 가장 다른 부분인 것 같았다. 내려가면서도 역시 한국사람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아주 가끔 중국인 몇 명 본정도? 아무튼 노래도 작게 틀고 빠른 걸음으로 즐겁게 내려갔다.

 

 

 

 


    근데 가다 보니깐 어느새 사람이 한 명도 안보였다. 해는 점점 지는 것 같고, 배는 고프고, 목은 마르고, 사람은 한 명도 안 보이고.. 산속이라 gps도 안되고 데이터도 안 터져서 조금씩 불안해졌다. 온갖 잡생각이 다 들었던 것 같다. 배고파서 쓰러지면 어쩌지부터 숲 속에서 누가 잡아가면 아무도 모르겠지? 이런 생각까지ㅋㅋㅋ.. 30분 정도 아무도 안 보여서 혼자 뛰기도 하고 그랬다. 풍경은 멋졌지만 뭔가 무서웠던 곳.. 혼자 가면 이런 게 좀 단점이다.

 

 

 

 

 


    계속 걷다 보니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천국의 문 인포메이션 센터 직원이 계곡을 쭉 따라가면 보트 타는 곳이 나온다고 했었는데 다행히 제대로 내려온 것 같다 마음이 좀 놓였다. 사람 목소리도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주변 풍경이 눈에 좀 들어오기 시작했다. 초록과 갈색 천국이었다. 물도 진짜 깨끗했다.

 

 

 

 


    마치 정글 탐험가가 된 기분이었다ㅋㅋ. 처음에 이곳에 가보기로 마음먹었을 때엔 이 정도인지 모르고 갔는데 참.. 신기하면서도 힘들면서 재밌었다. 이날 총 최소 20km정도는 걸은것 같다. 행군도아니고..

 

 

 

 


    슬슬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계곡물에는 이끼 같은 게 엄청나게 많다. 생전 처음 보는 이끼도 많았다. 아무래도 이곳이 국립공원이다 보니깐 자연 생태계가 풍부한 것 같다. 찾아보니 다양한 이끼가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투명하게 맑은 물과 이끼식물.

 

 

 

 

 


    사람들이 다 어디 갔나 했더니 여기서 줄을 서고 있었다. 거의 마감시간이 다 되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나도 표를 사고 줄을 섰다. 표값은 80 코루나, 약 4천 원 정도였다. 한국인은 물론이고 동양인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세계 어디서나 사용된다는 영어도 이곳에서는 쓰이지 않았다. 체코어, 독일어만 들릴 뿐이었다..

 

 

 

 


    아무튼 작은 보트에 낑겨낑겨 다 탔다. 파란 티를 입은 사람들이 노를 젓고 이곳 투어를 진행한다. 아쉬운 건 투어가 모두 체코어(아니면 독일어)로 진행된다는 점.

 

    아저씨가 농담을 많이 치는지 사람들은 하하호호 웃는데 나는 전혀, 진짜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ㅋㅋ..

 

 

 

 


    강아지를 데려온 사람도 있었다. 얌전히 잘 있었다.

 

 

 

 


    배를 타고 어떤 동굴도 지나고 벽에 있는 조각물도 구경한다. 그리고 이곳의 하이라이트인 인공폭포도 보여준다. 옛날에 만든 인공폭포라던데 벽에서 뭘 잡아당기니깐 물이 쫙 쏟아졌다. 생각보다 그렇게 신기하진 않았는데 아저씨는 엄청 대단한 것처럼 설명을 했다ㅋㅋ. 아마 거기에도 무슨 사연이 많이 있을 건데 나는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나한텐 그냥 우와 하는 단순한 반응으로 끝날수밖에 없었다.

 

 

 

 


    투어는 한 20~30분쯤 진행된 것 같았다. 배에서 내린다고 끝이 아니다. 또 한참을 걸어야 했다. 나오자마자 아이스크림가게가 보여서 바로 사 먹었다. 두 개 사 먹었다. 덥고 배고프고 목말라서 진짜 허겁지겁 먹었던 것 같다ㅋㅋ.

 

    그리고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근데 진짜 여기 배차 표는 믿으면 안 된다. 버스가 시간표보다 1시간 반이나 늦게 왔다. 버스가 계속 안 오니깐 먼저 다른 데로 떠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난 그럴 수가 없었다. 이 버스를 타지 못하면 숙소로 돌아갈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차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곳에서 기차로 무려 3시간 거리인 프라하에서 왔기 때문이다.. 옆에 인도 아저씨한테 프라하에서 왔다니깐 엄청 놀라 했다.

 

    아무튼 엄청난 불안감을 인내하고 인내해서 결국에 오는 버스를 타긴 했다. 버스기사한테 화내는 사람도 있었다. 근데 어이없는 건 버스기사도 같이 화를 냈다는 점ㅋㅋ. 체코가 다 좋은데 이런 건 참 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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