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하는 여행 일기]



 

 

여행 마지막 날

    집에 가는 날이다. 체크아웃 시간이 꽤 일러서 빠르게 밥부터 먹고 짐을 챙겼다. 숙소를 떠나는 날이면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복잡하다. 뭔가 놔두고 온건 없는지, 있어야 할 물건은 다 있는지. 한 번도 잃어버린 적이 없어도 조금은 불안하다. 짐을 다 챙기고 체크아웃까지 하니 시간이 상당히 애매했다. 마지막 날에도 이것저것 여러 가지 계획을 다 세워놨는데 사실 프라하 동네 볼만한 곳들은 다 가봤고, 무엇보다 날이 너무 더웠다. 그리고 마지막 날이라 돈도 별로 없었다. 스위스 프랑은 생각보다 많이 남았는데 체코 코루나는 5천 원가량 남은 상태였다.

 

    그래서 그냥 숙소 로비에서 시원하게 쉬었다. 밖으로 밥을 먹으러 나갔는데 5천 원으로 적당히 먹을 수 있는 게 없었다. 레스토랑은 카드 사용을 거부해서 먹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케밥 집도 카드를 안 받았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맥도날드로 향했다ㅋㅋ. 아쉽게도 마음 편하게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이곳밖에 없었다.

 

 

 

 

프라하 바츨라프 공항

    점심을 먹고 좀 쉬다가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프라하 시내에서 공항으로 가려면 중앙역에서 공항버스를 타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표를 버스기사에게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매표소에 줄을 서서 구매해야 한다. 프라하에 1주일밖에 있지 않았지만 이 사람들이 얼마나 일처리가 느린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정말 넉넉한 시간을 두고 중앙역에 도착했다. 그래도 이 사람들이 얼마나 답답하게 일을 하는지 시간이 빠듯했다. 내 앞에 사람 표를 뽑아주는데 10분이 넘게 걸렸다. 답답해하면서 뒤를 돌아보니 사람들이 다 이런 표정이었다.

    옆 줄로 옮기는 사람들도 보이고 뒤에서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매표소 직원은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는 모습이 참 어이가 없었다. 아무튼 어째 어째 표를 구매해서 버스에 탔다. 버스도 시간표보다 늦게 도착했다ㅋㅋ. 버스에 타고 버스기사가 시동을 거는데 시동이 안 걸린다ㅋㅋ. 경운기마냥 계속 털털거린다. 가뜩이나 늦어서 짜증이 나는데 사람들이 버스기사한테 화를 내고, 버스 내부는 찜통이 되었다. 결국 버스를 갈아타고 공항에 도착했다. 엄청나게 여유 있게 출발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도착하고 보니 바로 들어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급하게 파워에이드 한 병을 다 마시고 게이트로 들어갔다.

 

 

 


    프라하 바츨라프 하벨 공항은 꽤 멋지다. 무엇보다 깔끔했다. 비행기를 많이 타본 건 아니지만 깔끔한 느낌이 들었다. 구글 지도에도 별이 4개로 꽤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는 공항이다. 그리고 그걸 떠나서 공항에 한글 안내가 잘 되어있다.

 

 


    이렇게 한글로도 표시가 잘 되어있다. 대한항공이 이 공항 지분을 꽤 많이 갖고 있어서 이렇게 되어있다고 한다. 오랜만에 이런 곳에서 한글을 봐서 좋았다. 벌써 인천공항에 도착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엄청나게 길 것 같았던 3주가 조금 넘는 여행이 끝이 났다는 게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뭔가 빠르게 지나간 것 같으면서도 때론 지루한 감도 있었다. 특히 비엔나에서 약간 더위를 먹었던 것이 이후 체력에 영향을 준 것 같다. 아무튼 비행기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는 약간 아쉽기도 하면서 '집에 간다!'는 즐거운 마음도 있었다ㅋㅋ.

 

 

 

 


    혼자 덩그러니 유럽에 떨어져 여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즐거웠지만 아무래도 이 기간 내내 혼자 다녔기 때문에 여행 막바지에 조금 힘들었던 것 같다. 가끔씩 동행도 구하고 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약간 남아있지만 그래도 재밌었고, 많이 보았고,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었던 그런 여행이었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 대한항공을 이용했었는데 첫 기내식으로 비빔밥이 나왔다. 비빔밥 하고 무슨 스튜였나 아무튼 둘 중에 고르는 거였는데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비빔밥을 선택했다. 진짜 맛있었다. 사람들이 왜 기내식이 맛없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웬만하면 다 맛있는 것 같다. 밥뿐만 아니라 빵이랑 커피도 맛있고, 주스도 맛있고, 내 기준에는 다 맛있었던 것 같다.

 

 

 


    다녀온 지 몇 년이 지난 여행이지만 이렇게 여행기를 써보니 신기하게 그때 생각과 기억이 꽤 많이 떠오르는 것 같다. 사진을 보면 이때 무슨 생각을 했었지 하는 게 다 기억이 나서 신기했다. 그래서 글을 써 내려갈수록 추억이 강화되고, 여행을 한번 더 갔다 온 느낌도 들어 재밌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일기를 쓰라고 권유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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