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하는 여행 일기]



 

 

2020 춘천 마라톤

    웹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2020 춘천마라톤을 알게 되었다. 마라톤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Virtual 레이스로 진행한다는 것이 신기했고 관심이 생겼다.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은 이 시국에 예년과 같이 마라톤 대회를 진행할 수는 없기 때문에 올해는 색다르게 비대면으로 마라톤 대회를 개최해버렸다. 평소에 러닝을 종종 하긴 했지만 길어봤자 5km 정도 뛸 뿐이어서 정상적인 마라톤 대회였다면 참가하지 않았을 테지만, 이런 방식이면 도전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아보니 춘천마라톤은 동아 서울 국제마라톤, 중앙 서울마라톤과 함께 국내 3대마라톤의 명성이 있는 아주 큰 대회였다. 이때 아니면 언제 마라톤에 도전해보겠냐 하는 마음가짐으로 신청 버튼을 눌렀던 것 같다. 참가비가 만원이라 잠깐 망설이기는 했지만, 점점 러닝에 재미를 붙이고 있는 터라 신청 버튼을 과감하게 눌렀다.

 

    대회는 10km와 풀코스 둘중에 선택할 수 있었다. 나는 풀코스를 선택했다. 마라톤 경험이 전무한데도 풀코스에 도전했다. 왜냐하면 이번 2020 춘천마라톤 대회는 정해진 길이를 꼭 한 번에 뛰어야 하는 대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 번에 42.195km를 뛰어도 되지만 여러 번에 걸쳐 뛰더라도 기간 안에만 거리를 채우면 되는 그런 규칙이 있었다. 아무래도 이번 대회는 누가누가 잘 뛰나 등수를 매기는 것보다는, 이런 시국에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운동을 시켜주려는? 아니면 마라톤이란 종목에 사람들을 유입시키려는? 그런 의도로 개최되지 않았나 싶다. 그런 의도에 나는 딱 흥미를 느끼게 된 거고.

 

 


    시간제한도 없고 정해진 기간 10일 동안 몇 번에 나눠 뛰어도 상관은 없었지만, 그래도 명색이 마라톤인데 최소 한 번에 10km씩은 뛰자고 스스로 마음을 굳게 먹었다. 마라톤 대회는커녕 10km도 제대로 뛰어본 적이 없었기에 10km씩 4번에 걸쳐 나눠 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대회가 시작되고 첫날에는 의외로 수월하게 목표했던 10km를 채웠다. 목표했던 10km를 채웠으니 집으로 돌아가도 됐지만 뛰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더 뛰고 집에 들어가기로 했다.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하나 뽑아먹고 15km를 뛰는 것으로 새로 목표를 정했다. 10km까지는 그래도 참을만했는데 15km는 정말 피곤하고 힘들고 다리가 아팠다. 어쨌든 꾸역꾸역 15km를 채웠다. 15km를 채우고 나니 하프까지도 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처 마트에서 음료수를 하나 더 사 먹고 다시 뛰었다. 아니 사실상 걸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15km부터 21km까지는 반 이상을 걸었던 것 같다.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닌 것 같았고 잠이 몰려왔다. 도로에 누우면 바로 잠들 것 같았다. 다행히 정신을 차려서 겨우겨우 집에 돌아왔고, 들어오자마자 대자로 뻗었다ㅋㅋ. 그리고 이틀 동안 걷는 게 힘들 정도로 다리가 아팠다. 너무 무리를 했던 것이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목표로 했던 10km 보다 두배나 더 뛰었기 때문이다. 뿌듯했다. 즐거웠다.

 

    이틀을 쉬고 나머지 반을 채우기 위해 뛰러 나왔다. 근데 처음에 뛸 때와는 다르게 몸이 정말 무거웠다. 예상보다 이른 지점에서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고, 무릎 통증은 내 멘탈을 자극했다. 그래도 첫날 잘 뛴 것을 기억하며 이날도 꾸역꾸역 10km를 채웠다. 10km만 더 뛰면 됐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다리가 너무 아프고 힘이 들었다. 결국 나는 이날 16km에서 러닝을 멈춰야 했다. 5km만 더 뛰면 됐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몸을 생각하며 집으로 향했다.

 

    다음날 바로 남은 5km를 뛰러 나왔다. 이 대회에 참가하기 전에는 5km가 참 먼 거리로 느껴졌지만 이날은 아니었다. 그냥 5라는 숫자가 우습게 보였다. 그러고 나는 즐겁게 웃으며 남은 5km를 뛰었고, 재밌게 대회를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마라톤 메달을 수령했다.

 

 

 


    비록 정식 풀코스 메달은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보람이 있었다. 기념품으로 이런 것도 받았다. 미스터 트롯 top7 가수들의 인터뷰와 화보가 담긴 트롯맨 열전.. 미스터트롯 팬이라면 정말 괜찮은 기념품일듯ㅋㅋ

 

 

 


    아무튼 코로나로 무료한 집콕 생활 속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마라톤이라는 스포츠에 흥미를 느끼고 러닝의 즐거움과 멋진 메달까지 받을 수 있었던 멋진 대회였다. 2020년 올해 잘한 일을 꼽아보면 적어도 마라톤이 열손가락 안에는 들 정도로 재밌었고 새롭고 보람찬 이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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