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하는 여행 일기]



 

 

쉴트호른 올라가는 길

스위스 트레블 패스 소지자는 쉴트호른 구간이 무료!

 

    인터라켄에서 쉴트호른까지 가는 방법은 이전 포스팅에서 자세하게 다뤘으니 그 글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인터넷에 쉴트호른을 검색해보면 거의 다 맑은 날에 찍은 멋있는 풍경 사진만 있다. 하지만 나는 운이 안 좋아서 날씨가 구렸기 때문에 이 포스팅을 쓸까 말까 고민했다. 고민하다가 궂은날의 쉴트호른에 대한 정보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그냥 글을 쓰기로 했다.

 

    아무튼 마지막 곤돌라(케이블 카)를 타고 쉴트호른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인터라켄부터 여기까지 오는데 두 시간 남짓 걸렸다. 올라가면서 구름이 점점 많아졌다.

 

 

 

 


    8월이었는데도 물이 다 얼어있었다. 올라가면서 추위가 더 느껴졌다. 반팔에 바람막이 하나만 걸쳤었는데 얼어 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꽤 추웠다. 옷을 든든하게 입고 갈 걸 그랬지만 애초에 든든한 옷이 없었다.

 

 

 

 


    이전 포스팅에서 비르그에 대한 사진을 빠뜨려서 추가한다. 비르그에서 본 풍경이다. 구름이 정말 너무너무 많았다. 바로 앞에만 보이고 멀리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구름이 많아도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이라 감탄이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보이는 게 너무 없었다.

 

    사진 아래에 보이는 건 스릴 워크(스카이라인 워크, 스카이워크)이다. 경치도 안 보이는데 여기나 한 번 내려가보기로 했다. 따로 입장료를 받거나 하진 않는다.

 

    바닥은 배수구 판으로 되어있다. 막 엄청 무섭지는 않았는데, 사람이 한 명도 없고 날씨도 이상해서 분위기가 무서웠다. 높이도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더 높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미끄러웠다. 비도 오고 구름도 많아서 바닥도 미끄럽고 손잡이도 많이 미끄러워서 잡는 게 더 위험한 수준이었다. 웬만하면 다 걸어보려고 했는데, 위험할 것 같아서 좀 걸어보다가 다시 올라왔다.

 

 

 

 

 

 

쉴트호른 도착

    안개와 구름만 없었더라면 정말 멋진 풍경이 나온다는데, 아쉽게도 나는 이날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온 세상이 뿌얬다.

 

    막상 당시에는 날씨가 정말 원망스러웠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 높은 산꼭대기에서,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면서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고 느껴진다. 언제 이런 무릉도원 같은 분위기를 느껴 볼 수 있겠는가. 모든 교통권과 입장료에 대한 추가금액이 없어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비싼 돈을 내고 올라갔더라면 아직까지 분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을수도?

 

 

 

 

영화 007 테마

    쉴트호른은 멋진 설산과 풍경으로도 유명하지만 영화 007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쉴트호른 곳곳에 007을 상징하는 여러 기념물들이 있고, 실내에는 007 테마파크도 있다. 실내에서는 여러 가지 사진 찍을 만한 것들이 있다. 실외 전망대는 포토존으로 인기 있는 곳이지만 비도 많이 오고 날도 추워서 사람들이 다 실내로 들어갔다.

 

 

 

 

 


    건물 내에서 가장 유명한 곳 중에 하나가 회전 레스토랑이다. 쉴트호른 치면 항상 나오는 곳인데 솔직히 별로 감흥은 없었다. 멋도 별로 없었다. 그래서 사진도 찍지 않았다. 차라리 기념품 구경이 더 재밌었다.

 

    여러 가지 기념품들을 파는데 이렇게 스위스를 상징하는 기념품들은 디테일하고 이뻤지만 가격은 사악했다. 새끼손가락만 한 나무로 만든 강아지가 19.5프랑이었다. 한화로 24,000원이나 하는 물건이다. 만 원 정도였으면 그래도 기분 내면서 샀을 건데 24,000원은 정말 아니었다. 정말 너무한 것을 넘어서 사아간 수준의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화장실에 가봤는데 화장실도 007 테마로 꾸며져 있었다. 화장실에 들어가면 스피커에서 뭐라 뭐라 한다. 아마 007 대사일 것으로 추측되지만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나는 007 영화를 본 적이 없고 아는 것도 없어서 별로 감흥이 없었다. 그러나 007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를 많이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려가는 길

    날씨 때문에 더 이상 볼 게 없어서 그냥 내려가기로 했다. 풍경 보러 오는 곳인데 온통 안개뿐이니 할 게 없었다. 같이 곤돌라를 탄 사람들도 다 실망한 눈치였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었는데 전부다 표정이 좋지 않다ㅋㅋ.

 

    곤돌라에 고도계가 설치되어있었다. 해발 2,600 미터가 넘었다. 실감도 안 나는 높이였다. 언제 또 이렇게 높은 곳에 올라올 기회가 있을까?

 

 

 

 

 


    곤돌라 창문으로 양 몇마리가 뛰어다니는 게 보였다. 이런 곳에서 살고 있는 양들이 신기했다. 대관령 업그레이드버전.

 

 

 

 

 

다시 뮈렌

    비르그(Birg)와 쉴트호른에서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뮈렌(뮤렌)으로 돌아왔다. 날이 좀 개면 뮈렌에서 좀 더 머무르려고 했지만 올라올 때보다 구름이 더 많아졌기 때문에 그냥 라우터브루넨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날씨가 안 좋아서 여러모로 좀 아쉬운 쉴트호른 일정이었다. 설산의 경치는 감상하지 못했지만, 구름과 안개는 실컷 보고 왔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구름과 안개도 멋있었던 것 같지만, 그래도 나는 쉴트호른 위에서의 설산 풍경을 정말 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이 날로부터 이틀 뒤에 쉴트호른에 다시 올라가기로 했다ㅋㅋㅋ. 스위스 여행을 하면서 같은 곳을 두 번 올라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볼 게 많은 스위스에서 하루를 버리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스위스를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좋았기에 하루를 버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게다가 스위스 패스가 있어서 쉴트호른은 공짜였다. 이틀 뒤에 다시 올라간 쉴트호른은 더 멋졌고, 두 번 올라간 것에 대한 후회도 없었다. 구름이 잠시 걷히면서 나타나는 장관에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날 비가 오고 안개가 많았던 덕분에, 라우터브루넨이라는 곳의 신비한 분위기를 맘껏 느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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