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하는 여행 일기]



 

하더쿨룸(Harder Kulm, 하더클룸) 위치

 

    하더쿨룸은 인터라켄 북쪽에 있는 곳이다. 인터라켄 동역과 가까워서 보통 동역까지 온 후 동역에서 걸어가는 편이다. 하더쿨룸에서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도 되고, 정상까지 하이킹을 해도 되지만 걸어 올라가려면 몇 시간 걸린다. 

 

    그렇기때문에 하이킹을 하기로 맘 잡고 온 게 아니라면 푸니쿨라를 타는 쪽을 추천한다.

 

 

 

 

 

 

하더쿨룸(Harder Kulm, 하더클룸) 가는 길

    우선 라우터브루넨에서 인터라켄 동역(Interlaken Ost)까지 기차를 타고 왔다. 그리고 인터라켄 동역에서 하더쿨룸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점점 해가 밝아졌고 구름이 걷히고 있었다. 쉴트호른에서 버텨볼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스위스 여행할때 팁은, 날씨로 짜증 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거고 바꿀 수도 없다. 괜히 이런 걸로 스트레스받으면 본인과 주변 동행이 더 피곤해진다.

 

 

 

 


    다리를 건너면서 찍어보았다. 사람들이 다리에서 다들 사진을 찍고 있길래 그냥 나도 따라서 찍어보았다. 인터라켄 동역에서 하더쿨룸을 가려면 다리를 한 개 건너야 하는데 그게 이 다리이다. 사진 찍기 좋은 곳이다.

 

    인터라켄의 강물 색은 계속 봐도 신기하다. 이때 직접 봤던 느낌이랑 지금 글쓰면서 사진으로 보는 게 또 느낌이 다르다. 파란색과 초록색이 섞인 에메랄드빛이 나는데 이게 색깔이 이쁘면서도 오묘하게 무서운 색이기도 하다. 그리고 색이 탁하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색이다. 여기 사람들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의 깨끗한 계곡이나 강을 보면 거꾸로 신기해할 듯하다.

 

    이때에는 비가 그쳐서 강변에서 조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여기가 하더쿨룸으로 올라가는 푸니쿨라를 타는 곳이다. 여기서 표를 사고 푸니쿨라를 기다리면 된다. 푸니쿨라의 배차간격은 약 30분 정도이다.

 

    가격은 성인 기준 왕복 32프랑이다. 근데 스위스 패스가 있다면 50% 할인해서 16프랑이다. 푸니쿨라를 탈 때 왕복 티켓 비용인데 50프로 할인을 해도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16프랑이면 20,000원이다.

 

  vip 패스가 있다면 무제한 무료라고 한다. vip 패스를 가지고 있다면 그냥 심심할 때, 시간이 어중간할 때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 어차피 무료니깐. 푸니쿨라를 타지 않고 걸어 올라가도 저 비용을 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하더쿨룸 시간표, 배차표

    하더쿨룸 시간표이다. 막차가 그렇게 늦게까지 있지는 않으니 내려올 때 잘 보고 내려와야 한다. 그리고 무조건 이 표대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며, 점검이나 악천후일 경우에는 운행을 중단하기도 하니 참고만 하길 바란다. 배차간격이 30분에 한 대라는 것을 알아두는 게 좋다.

 

    화장실도 있다. 푸니쿨라가 1시간에 두 번밖에 안 다니기 때문에 시간이 남아서 화장실이나 들렀다. 근데 이 화장실이 거의 마법의 화장실이었다...

 

    갑자기 마법의 화장실이 무슨 소리냐면, 이 화장실을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인터라켄의 모습이 정말 반대였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만 해도 해가 쨍쨍하고 구름이 다 걷히는 듯싶었다. 근데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천둥과 번개가 치고 엄청나게 비가 내렸다. 정말 운 없는 날이었다.ㅋㅋㅋ..

 

 

 

 

푸니쿨라 타고

    날씨가 갑자기 돌변했지만, 잠깐 내릴 소나기일 거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그냥 올라가기로 했다. 어차피 표도 이미 샀고, 비 오는 날에 인터라켄에서 마땅히 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푸니쿨라라는 걸 이때 처음 타봤는데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놀이기구 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꽤 많이 올라가서 비행기 탔을 때처럼 귀가 먹먹하기도 했다.

 

    쭉쭉 올라갔다. 인터라켄이 점점 작게 보이기 시작했다. 중간에 터널도 하나 지난다. 그러면서 구름도 점점 많아졌다. 한숨이 나왔다...

 

 

 

 

하더쿨룸 정상

    정상에 도착했다.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전에 갔었던 쉴트 호른보다 심각했다. 쉴트호른에서는 그래도 바로 앞은 보였는데 여기서는 바로 앞도 보이지 않았다. 안개마을에 온 기분이었다. 안개도 안개였지만 비가 정말 많이 왔다. 베트남에서 겪었던 스콜 수준이었다.

 

    정말 편해 보이는 의자도 많았지만 전부 비에 젖어서 앉지도 못했다. 뒤에 사람들은 중국인지 일본인지 단체 관광객들이었는데 되돌아갈지 기다릴지 자기들끼리 토의를 하고 있었다. 나도 그냥 내려갈지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지 고민을 계속했다.

 

 

 

 


    이 젖소가 있는 곳이 인터라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이기도 하고 인터라켄에서 가장 유명한 포토존 중에 한 곳이다. 공식적인 명칭은 'Two Lakes Bridge" 즉, '두 호수 다리'이다. 호수 두 개 사이에 있는 인터라켄을 표현한듯하다. 근데 전망대고 포토존이고 뭐고 정말 한 치 앞도 안 보였다.

 

    어떤 사람들은 안 보이는 걸 알면서도 아쉬운 마음에 계속 돌아다녔다ㅋㅋㅋ. 아주 흐릿하게 잠깐 보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금세 안개가 다 가리곤 했다. 집에 갈까 말까 굉장히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떤 외국인이 말을 걸어왔다.

 

    아저씨였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인도 출신이고 런던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휴가로 스위스에 놀러 왔다. 내가 영어를 잘하는 편은 아니라서 100프로 다 알아듣고 대화를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스위스에서 만난 첫 동행이었다.

 

 

 

 


    내가 그냥 내려갈까 고민 중이라고 하니깐 이 아저씨는 '어차피 너 내려가 봤자 인터라켄에서 할 것도 없을걸? 그냥 여기서 기다리자. 난 계속 여기 있을 거야' 이렇게 말하면서 나를 설득했다. 아마 혼자 기다리기 심심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냥 이 아저씨랑 구름이 걷히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둘이서 얘기를 계속하다가 어떤 여자도 말을 걸어왔다. 누가 봐도 한국인처럼 생겨서 안녕하세요라고 했더니 모르겠다는 표정을 계속 지었다. 외모만 한국인이고 미국 사람이었던 것이다ㅋㅋㅋ.

 

    캘리포니아 출신이라고 하는데 정말 한국인같이 생겼었다. 아무튼 이렇게 3인 팟이 만들어져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구름이 걷히길 기다렸다.

 

 

 

 

 

Harder Kulm. Top Of The Interlaken

    올라와서 두 시간 정도 지나니깐 구름이 좀 걷히기 시작했다. 한 개도 안 보였다가 구름이 싹 걷히면서 인터라켄 전체가 딱 나타났는데 이 순간이 정말 멋졌고 감동적이었다! 왼쪽에 보이는 호수가 브리엔츠(브리엔쯔) 호수이다.

 

    두 시간 잘 기다렸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약간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안갯속을 뚫고 갑자기 튀어나오는 해적선 느낌이었다. 오른쪽에도 호수가 있는데 그 호수는 튠 호수이다.

 

    인터라켄의 뜻이 '호수의 사이'라고 한다. 튠 호수와 브리엔츠 호수의 사이에 있어서 그렇다는 것을 하더 쿨룸에 올라오면 알 수 있다.

 

 

 

 

 


    점점 더 구름이 걷히면서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저 가운데에 있는 동그랗게 생긴 것은 경기장이라고 한다. 감동이 몰려온 순간이었다.

 

 

 

 


    이게 가장 선명하게 보일 때 찍은 사진이다. 구름이 없었다면 더 쨍하고 선명한 인터라켄을 볼 수 있었을 테지만, 한편으로는 이 구름과 안개 때문에 더 감동을 느꼈다. 두 시간을 기다린 끝에 본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왠지 모르겠는데 약간 눈물이 찔끔 났다.

 

 

 

 

 


    감상을 다 하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이 사람이 바로 그 인도인 아저씨이다. 맘에 안 드는 점이 있었는데 내 사진을 정말 못 찍어줬다. 내가 몇 번씩 계속 이렇게 찍어달라고 말을 하고 보여줘도 그렇게 못 찍어줬다. 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맘대로 찍어달라고 했다.

 

 

 

 

 


    경치만 1시간 정도 봤던 것 같다. 시간도 지나면서 배도 고파졌다. 그리고 나랑 미국인은 추워서 내려가고 싶었는데 인도인은 계속 있고 싶어 해서 추운데도 좀 기다려주다가 푸니쿨라를 타고 다시 내려갔다.

 

    인도인 아저씨가(아저씨가 아닐 수도 있다. 나이를 가늠을 못하겠다.) 내일 자기 친구들이랑 같이 하이킹하자고 했지만, 나는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나에게 맞게 일정을 미리 다 짜 왔기 때문에 거절했다. 미국인은 간다고 해서 둘이 번호 교환도 하고 그랬던 거 같은데 잘 갔는지는 모르겠다.

 

 

 

 

 

 


    더 보고 싶었지만 너무 춥고 배고파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려가기로 했다. 젖소 앞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무서울지도 모른다. 바람이 불거나 사람이 많이 몰리면 다리가 막 흔들리기 때문이다.

 

 

 

 

 


    하더 쿨룸 표지판이다. 개인적으로 이 하더쿨룸 표지판 디자인이 정말 맘에 들었다. 빗방울인지 이슬인지 물방울 맺힌 감성이 있다.

 

 

 

 

 

하더 쿨룸 동물원

    다시 푸니쿨라를 타고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갈 때는 날씨가 좋아서 주변 경치가 잘 보였다. 올라올 때에는 사람들 표정이 안 좋았는데 내려갈 때에는 사람들 표정이 다 밝아져 있었다. 물론 나도 그랬다.

 

 

 

 

 


    걸어가다가 정말 깜짝 놀랐다. 살면서 본 달팽이 중 가장 크고 뚱뚱한 달팽이였다. 정말 징그러웠다. 스위스 여행이 아니라 프랑스 여행을 갔더라면 이런 달팽이를 음식으로 먹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징그러운 달팽이를 지나친 다음, 인터라켄으로 내려가기 위해서 다시 푸니쿨라를 탔다. 막차 시간이 있으니 시간을 잘 봐야 한다. 막차시간은 계절별로 다르니 참고하시길 위에 올린 시간표를 참고하길 바란다. 올라올 때와는 다르게 내려갈 때에는 주변의 산과 풀이 잘 보여서 좋았다.

 

 

 

 

 


    다 내려와서는 동물원에 가봤다. 하더쿨룸 옆에는 동물원이 있다. 근데 말이 동물원이지 사실상 그냥 몇 마리 키우는 수준이다. 일반적인 동물원을 생각하고 가면 정말 실망할 것이다. 산양인지 임팔라인지 뭔지 모르겠다. 3마리쯤 있었다. 이 동물하고 작은 동물 몇 마리가 있다.

 

    동물원을 다 보고 나서 집으로 가기로 했다. 시간도 많은데 걸어가기로 했다. 

 

 

 

 


    길 가다가 갑자기 뜬금없이 공원인지 축구장인지 잔디밭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애들을 데려온 가족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동네 한가운데 울타리도 없이 이런 게 있는 게 신기했다.

 

 

 

 


    저녁은 햇반과 컵라면, 그리고 몇 가지 반찬으로 해결했다. 유럽 와서 처음으로 먹는 컵라면과 밥이었다. 갖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여행 온 중국인 가족은 사골 같은 걸 끓여먹었는데 내 밥이랑 좀 비교돼서 빨리 먹고 올라갔다. 왜냐하면 나 혼자 너무 초라한 밥을 먹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정말 맛있었던 컵라면이다.

 

 

 

관련 콘텐츠

이 글을 공유합시다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