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하는 여행 일기]



 

슈피츠에서 출발

 

    저번 포스팅부터 인터라켄에서 골든패스 라인을 타고 몽트뢰, 브베, 로잔을 아우르는 라보 지구로 가는 여행기를 시작했었다. 골든패스 라인은 루체른-인터라켄-쯔바이짐멘-몽트뢰로 이어지는 철도라고 언급했었다. 이 골든패스 라인이 인터라켄에서 라보지구로 가는 최단거리는 아니다. 최단거리는 쯔바이짐멘(츠바이짐멘, Zweisimmen) 을 거치지 않고 가는 경로가 가장 빠른 경로이다.

 

    그러나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라인을 이용하려고 한다. 쯔바이짐멘에서 갈아타기 위해서는 보통 슈피츠(스피츠, 스피쯔, Spiez)에서 기차를 한번 갈아타야 한다. 

 

 

 

 


    슈피츠에서 햄버거를 먹고 경치 구경 좀 하다가 다시 기차를 탔다. 쯔바이짐멘으로 향하는 기차다. 주말인 것을 감안하고도 이날 뭔 날이었는지, 기차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앉을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남아있는 자리를 찾기 위해서 계속 칸을 옮겨 다니다가 드디어 자리를 찾고 앉았다.

 

    근데 앉는 건 좋았는데 자리가 정말 안 좋았다. 애들이 진짜 너무너무 시끄럽고 뛰어다니고 난리를 쳤다. 어디 학교 컵스카우트 같은 어린이 단체 같아 보였는데, 기차 안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시장판에 온 목소리로 한 칸을 점령했다. 옆에 선생님들은 신경도 안 쓰는 듯했다. 사람 좋다는 스위스에도 무개념 인간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동양인을 처음 보는지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자기들끼리 수군수군하기도 했다. 뭐라고 하는지도 정확하게 모르고, 직접 가서 뭐라 하기도 좀 그래서 정색하고 계속 째려보니깐 좀 무서웠는지 다른 자리로 도망쳐버렸다.ㅋㅋ

 

    스위스 같은 선진국이라도 인종차별은 항상 존재하니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하고 다니시는 게 좋다. 나도 스위스에서 두 번이나 인종차별을 겪었는데 이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할 예정이다.

 

 

 

 

 


    너무 시끄럽고 쿵쾅거렸지만 서서 가기는 다리 아프고 거리도 얼마 안 남아서 그냥 참았다. 그냥 밖에 풍경에 집중하면서 스위스 경치를 감상했다. 스위스에서는 기차 타는걸 단순히 이동이라고 생각하는 건 좀 아니라고 본다. 스위스에서는 특별한 뭔가를 하지 않고 기차를 타는 것만으로도 꽤 재미가 있다.

 

 

 

 


    실제 색감과 비슷하게 잘 나온 사진이다. 그림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진짜 이렇게 그림같아 보였다. 사실 풍경을 보면서 너무 그림같아서 어색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기차에서 바깥 풍경을 보면서 멍 때리는 순간이 너무 좋았다. 만약 스위스 여행을 간다면 기차에서 웬만하면 자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아까운 낮 시간에는 풍경을 보고 잠은 밤에 자는 게 좋다. 두 번 보기 힘든 풍경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얘네들은 내가 그렇게 멍 때리는 것도 맘대로 못하게 했다. 지들끼리 장난치다가 욕하면서 싸우고(영어는 아니었지만 확실히 욕 느낌) 울고 과자를 던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 애들과 통제조차 하지 않는 선생들을 만나기 전에는 스위스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정말 좋았는데 이날 스위스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뚝 떨어졌다.

 

    얘네가 중간에 좀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내릴 때 얘네도 같이 내렸다. 쯔바이짐멘에 가려고 탄 것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다른 칸에 가서 서서 가는 게 나았을 텐데... 이 사진은 쯔바이 짐 멘 역에서 정말로 해방감을 느끼면서 찍은 사진이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쯔바이짐멘(츠바이짐멘, Zweisimmen)

    쯔바이짐멘 역에 도착했다. 쯔바이짐멘 주변을 돌아보고 싶었는데, 전광판을 보니 기차가 곧 도착한다고 해서 그러지 못했다. 인터라켄 같은 관광 주요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배차간격이 꽤 긴 편이니 이점 유의해야 한다. 아쉬움이 있었지만 나의 목적지는 여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기차에 올랐다.

 

 

 

 

 


    쯔바이짐멘 역에서 탄 기차는 정말 조용했다. 사람이 거의 없었다. 타고 있던 사람들이 다 내려서 한 칸에 나 혼자 있었던 적도 있었고, 많을 때에는 한 10명쯤이 최대였다. 슈피츠에서 탄 기차와 너무 대비됐다.

 

    조용해서 바깥 풍경을 감상하기에도 좋았고 사진을 찍는 데에도 좋았다. 수많은 외국인들 사이에서 혼자 셀카를 찍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창문을 열고 팔도 내밀어보면서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다.

 

 

 

 


    취리히나 제네바 지역에는 건물 대부분이 신식 건물들인데(일반 빌딩 건축물), 인터라켄이나 여기 지방은 산이 많아서 그런지 집들이 거의다 전통 가옥이다. 사진과 같이 이렇게 나무로 된 스위스 전통가옥을 살레(샬레)라고 한다.

 

    샬레로 에어비앤비를 하는 집주인도 많다고 하니, 스위스 전통 가옥을 느껴보고 싶다면 한번 찾아보길 바란다. 샬레 숙박으로 유명한 할머니가 있는데 그 집은 인기가 정말 많아서 한참 전에 예약이 다 끝나기도 한다.

 

 

 

 

 

골든패스 기차인지 확인은 필수

    근데 기차를 타고 가는데 정말 너무 사람이 없었다. 이 기차가 몽트뢰로 가는 기차가 맞는지도 의심돼서 계속 지도도 찾아보고 했지만 정확하게 몽트뢰로 가고 있었다. 그래도 너무 이상해서 인터넷에 골든패스 기차를 검색해봤는데 내가 타고 있는 기차와 모양이 좀 달랐다.

 

    인터넷에 올라온 골든패스 기차는 굉장히 커다란 창문에 금색칠이 되어있는 기차였다. 파노라마 기차니 뭐니 하면서 특별한 기차라고 했는데 내가 탄 기차는 그냥 일반적인 기차였다.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고 나서 골든패스 칸이 따로 있는지 찾아보았다. 골든패스 칸이 사진처럼 앞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 기차는 제대로 탄게 맞구나 안심하고 앞에 있는 골든패스 칸으로 가려고 했다. 근데 저 칸으로 이동이 불가능했다. 이 칸에서 저 칸으로 넘어갈 수가 없었다. 저 칸으로 가려면 기차에서 내린 다음에 다시 저 칸으로 가야 했다.

 

    기차를 제대로 탔음에도 불구하고 골든패스 칸을 이용하지 못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그냥 일반칸에 계속 탔다. 이제야 왜 이 칸에 사람이 없는지 깨닫게 되었다.

 

 

 

 

 


    골든패스 파노라믹 기차의 모습이다. 유리의 면적이 정말 넓고 천장도 약간 보여서 경치를 감상하기에 최적화되어있다. 의자도 일반적인 기차의 의자와는 다른 모습이다. 약간 카페 소파처럼 생겼다.

 

 

 

 

 

 


    이게 내가 탄 열차칸의 모습이다. 일반적인 기차를 떠올리면 된다. 파노라믹 열차는 경치를 보기에 최적화되어있는 열찬데, 내가 탄 것은 그냥 일반 열차였다. 나는 내가 탄게 당연히 파노라믹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약간 우울해졌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깐 일반 열차칸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일반칸만의 장점이 몇 가지 있었다.

 

    첫 번째 장점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없어서 자리를 찾으러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고 굉장히 조용했다. 파노라믹 열차를 타보진 않았지만 여러 후기들을 보면 사람이 많이 몰린다. 그에 반해서 일반칸은 그런 걸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소란스럽지도 않으니 경치를 감상하고 자기만의 생각을 가지면서 힐링을 하기에는 더 좋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다.

 

    두 번째 장점은 창문을 열 수 있다는 것이다. 파노라믹 열차는 벽의 대부분이 창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고속버스처럼 창문을 열지 못한다. 그렇지만 일반 열차칸은 창문을 열 수 있다. 개인적으로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으며 바깥을 바라봤던 그 순간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있다.

 

 

 

 


    골든패스 파노라믹 열차를 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일반칸을 타서 막 후회하거나 실망하지는 않았다. 나름대로 만족하면서 기차를 탔기 때문이다.

 

    아무튼 기차를 타고 몽트뢰로 계속 달렸다. 달리다 보니 인터라켄하고는 확실히 뭔가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근데 계속 산하고 풀밭만 보다 보니 지루하기도 했다.

 

 

 


    가는 길에 작은 역들이 몇 개씩 있다. 정말 시골이다.

 

 

 

 


    한참을 산속과 터널을 달리다가 갑자기 이런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우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산만 보다가 이렇게 호수가 쫙 펼쳐진 것이다. 날씨도 정말 좋아서 호수 풍경이 정말 예뻤다. 한국의 호수도 이쁜 곳이 많지만 여기 호수는 정말 신비한 느낌이 나게 예쁘다.

 

 

 

 

 


    좀 더 가까워지면서 마을과 호수가 선명해졌다. 거의 도착했을 때 찍은 사진이다. 스위스 전통가옥 샬레가 대부분인 슈피츠, 인터라켄, 쯔바이짐멘 지역과는 다르게 여기는 확실히 도시적인 느낌이 들었다. 태양 발전도 많고 뭔가 좀 더 유럽스러움이 묻어났다.

 

    몽트뢰 기차역 사진은 깜빡하고 찍지 못했다. 아무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골든패스 구간을 거쳐서 몽트뢰에 도착을 했다. 골든패스 구간이 티비 프로그램에도 나오고 해서 많이 유명해져서 더 인기가 많아졌다고 한다. 이 구간이 너무 좋아서 스위스에 여행을 몇 번씩 간다는 사람도 있다.

 


 

    개인적으로 골든패스 구간에 대한 총평을 하자면 아름답고 멋진 곳은 정말 맞지만, 과대포장이 많이 됐다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다. 처음 30분과 몽트뢰 도착하기 전 호수가 탁 트여있는 경치를 볼 때는 정말 새롭고 신비롭고 감탄이 나왔다. 근데 중간 구간에서는 하루 종일 산하고 풀만 계속 반복되다 보니 약간 지겹기도 했다.

 

    나는 혼자 이런 걸 보며 사색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도 종종 그런 느낌이 들었다. 활동적이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이 지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은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곳은 맞지만, 너무 멀기도 하고(인터라켄부터 약 3시간) 중간에 산과 풀이 계속 반복되기 때문에 지겨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골든패스 파라노마 열차를 타려면 미리 예약해서 지정석을 만들어 놓는 것이 좋고 창문이 큰 열차를 탔는지 꼭 확인해봐야 한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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