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하는 여행 일기]



 

브베에서 로잔으로

    브베에서 겪었던 두 번의 인종차별 때문에 기분이 정말 안 좋았지만 그래도 갈길은 가야 했기에 기차를 탔다. 인종차별에 관한 내용은 이전 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이번엔 이 날의 최종 목적지인 로잔이다. 로잔은 라보지구 중에서 인터라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이다. 포도밭과 아름다운 호수로 유명한 곳인데, 한국사람들은 잘 안 가는 것 같다. 이동이 쉽고 관광객 친화적인 인터라켄에 정말 많이 집중되어있는 편이다.

 

 

 

 

 

로잔 가는 길

    나는 어디 가기 전에 사전조사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로잔에 대한 사전조사는 거의 하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ㅋㅋ. 그래서 그렇게 시간을 많이 배분하지도 않았고, 아는 것도 별로 없었다. 그냥 여기까지 온 김에 로잔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갔던 것 같다. 

 

    기차에서 어떤 흑인이 나한테 뭐라고 말을 걸었다. 나는 알아듣지 못해서 'sorry?'하고 되물었는데 나보고 불어 못하냐고 물어보길래 못한다고 했더니 대놓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사람을 무시하는 건지, 불어를 못하는 게 죄도 아닌데 이런 제스처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헷갈렸다. 스위스 서쪽 프랑스 인접 지역 사람들은 정말 불친절하고 매너가 없었다.

 

 

 

 


    가는 길에는 포도밭이 굉장히 많이 있었다. 이 사진에 나오는 곳보다 더 멋진 곳이 많았는데 사진이 없다... 아무튼 실제로 보면 보도밭이 뒷산까지 쫙 펼쳐져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보령 녹차밭과 비슷한 풍경이다.

 

    그리고 이 포도밭에서 나는 포도는 와인 만드는데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실제로 로잔의 특산물이 와인이다. 한잔 마셔볼라고 했는데, 인종차별 때문에 기분도 안 좋고 시간도 없어서 그냥 숙소로 빨리 돌아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좀 아쉽다.

 

 

 

 


    기차길을 따라서 포도밭이 쫙 펼쳐져있다. 이것도 하나의 볼거리라면 볼거리다. 근데 계속 보다 보면 질리기도 한다. 산, 포도밭, 집 이렇게 세가지만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로잔 시내

    로잔에 도착했다. 로잔 기차역에서 내려서 중심지로 가려면 오르막길을 쭉 올라가야 한다. 근데 이 오르막길이 좀 힘들다. 경사가 꽤 큰 데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경사로이다. 만약 캐리어를 갖고 다닌다면 짐을 꼭 맡기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오르막길인데 전부 돌길이라서 올라가면서 힘들어하는 여행객들이 많이 있었다.

 

    동네 분위기는 브베와 비슷하다. 그냥 전형적인 유럽 중소도시이다. 층수가 높은 건물이 별로 없고, 벽돌 바닥에 유럽식 건물들이 많이 있다. 인터라켄하고는 분위기가 정반대이다.

 

 

 

 

 


    어디선가 자꾸 종소리가 들려서 찾아가 봤더니 교회가 있었다.(성당인지 교회인지 잘 모르겠다.) 교회 앞에 작은 광장과 그늘이 있는 벤치들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쉬고 있었다. 동양인은 정말 거의 없었다. 전부 현지인, 아니면 서양인 여행자였다. 그리고 거지들도 몇 명 있었다.

 

 

 

 

 


로잔 교회 https://hunnek.tistory.com

 

    종소리가 크고 좋아서 좀 쉴겸 벤치에 앉아서 구경을 했다.

 

 

 

 

홀리카우 햄버거(Holy Cow!)

    저녁거리를 찾다가 딱히 끌리는 게 없어서 햄버거를 먹기로 했다. 스위스에서 유명한 햄버거집인 홀리카우 햄버거가 있다고 해서 여기에 가보기로 했다. 미국에 쉑쉑 버거가 있다면 스위스에는 홀리카우 버거가 있다!

 

    홀리카우 햄버거는 체인점인데 취리히에 3개, 로잔에 2개, 루체른에 1개의 매장이 있다고 한다. 가게 분위기는 그냥 그럭저럭이었다. 곧 문 닫을 시간이어서 직원 몇 명은 퇴근하고 있었고, 나 포함해서 손님이 4 테이블 있었는데 나만 혼자였다. 가격대는 상당히 비싼 편이며, 햄버거 단품 하나만 사도 비싸다. 나는 세트를 먹고 싶었지만, 돈 없는 대학생 배낭여행이고 아직 스위스 여행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프랑을 아끼기 위해서 단품만 먹었다...

 

    옆에는 감자튀김을 먹고 있었는데 감자튀김이 되게 크다. 여유가 된다면 한번 먹어보길 바란다. 트립 어드바이저 평을 보면 어떤 사람은 햄버거보다 감자튀김이 더 맛있다고 한다.

 

 

 

 


    몇 입 크게 베어물고 찍어보았다. 무슨 버거인지는 까먹었다. 두께는 그냥 일반 햄버거랑 비슷한데 햄버거의 크기는 일반 버거보다는 크다. 대충 무슨 맛이냐면 한국에서 먹는 수제버거 느낌이 난다. 케첩 맛이 나는 소스와 수제 버거에서 파는 패티가 들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너무 비쌌다. 단품 하나에 거의 만원이었다. 솔직히 이 돈 주고 사 먹고 싶지는 않은 곳이다.

 

 

 

 


    햄버거를 먹으면서 로잔에 가볼 데가 있나 찾아봤다. 전망대나 포도밭 등 가볼만한 곳이 몇 군데 있었지만 시간이 별로 없었다. 로잔에서 기차를 타고 가도 인터라켄까지는 거의 3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나는 서둘러야 했다. 여름에 해가 길긴 하지만 다음날 일정을 준비해야 하고 피곤하기도 해서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올라왔던 오르막길을 다시 내려가는 길에 찍은 사진이다. 로잔에는 옷가게가 되게 많다. mango나 h&m 같은 한국에서도 익숙한 브랜드들이 몇 개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먼길을 왔는데 너무 짧게 머물러서 아무것도 못보고 햄버거만 먹고 떠나서 아쉬웠다. 근데 라보 지구에서 인종차별을 두 번이나 당해서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도 살짝 있었다ㅋㅋ.

 

 

 

 

다시 인터라켄으로

    로잔에서 인터라켄 가는 기차를 탔다. 로잔에서 인터라켄까지도 골든패스라인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그냥 빨리 숙소로 돌아가고 싶어서 최단거리로 가는 기차를 탔다. 처음 탔을 때에는 기차에 사람이 많았는데 좀 지나니깐 사람들이 다 빠졌다. 노을빛이 예뻤다.

 

 

 

 


    슬슬 인터라켄에 가까워지니 열차 칸에는 거의 나밖에 없었다. 호수가 보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 날 되게 많은 곳을 돌아다닌것 같다. 그리고 꽤 먼 거리를 왔다 갔다 해서 조금 힘이 든 날이었다. 인터라켄에 내려서 숙소로 걸어가는데 인터라켄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라보 지구에서 상처를 받아서 그런지 해가지기 전의 노을빛과 물소리, 그리고 말발굽 소리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ㅋㅋㅋ..

 

    그리고 무엇보다 밤에 반짝이는 설산이 정말 신기하고 멋있었다. 마을은 어두워지기 시작했는데 설산은 아직까지 반짝이고 있었다. 저 산만 따로 합성한듯했다. 무슨 산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멋있고 새로웠다. 이렇게 길고 길었던 스위스에서의 세 번째 날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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