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하는 여행 일기]



 

비온 후 달랏

    캐녀닝을 끝내고 방에서 뻗어있다가 다시 나와서 동네 구경을 좀 하기로 했다. 비가 엄청나게 온 후라 물이 엄청나게 불어나 있었다.

 

    달랏에도 호찌민처럼 오토바이가 참 많다. 내가 첫 번째로 찾아낸 달랏만의 특징은 신호등이 없다는 것이다. 5일 내내 달랏 시내와 꽤 멀리 있는 근교까지 돌아다녔는데도 신호등을 한 개도 보지 못했다. 물론 횡단보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대신에 로터리가 굉장히 많다. 모든 길과 길이 많나는 지점에는 로터리가 있다. 이전 두 번째 날 포스팅에 로터리 사진이 있는데 보면 감이 바로 올 것이다. 신호등도 없고 횡단보도도 없어서 길 건너는데 겁이 날 수도 있지만 그냥 좌우 잘 살피고 건너면 된다. 알아서 잘 비켜준다.

 

    달랏에는에펠탑 비슷한 건축물이 하나 있는데 핸드폰 배터리가 없거나 지도가 켜지지 않는다면 저 건축물을 이용하면 길을 꽤 잘 찾을 수 있었다. 베트남에 웬 에펠탑이냐 생각할 수 있는데 역사적으로 달랏은 프랑스의 휴양지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반적인 동남아의 모습이 아니라 약간의 서양 느낌이 믹스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서울에 한강이 있다면 베트남에는 쑤언흐엉 호수가 있다. 엄청 커서 강인줄 알았는데 호수이다. 달랏의 정 중앙쯤에 위치하고 있다.

 

    잘 보면 왼쪽에 보라색 건물이 있는데 레스토랑이다. 밥 먹으러 한번 가봤는데 온통 보라색이었다. 보라색 건물은 잘 짓지 않는데 태어나서 거의 처음 보는 건물이었다. 가격대가 꽤 있고, 현지인들이 밥 먹으러 많이 온다.

 

    오징어튀김하고 음료수랑 시켰었는데 직원들도 별로 안 친절하고 맛도 별로고 가격은 비싸다. 개인적으로 비추한다. 특히 직원들이 혼밥하는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자기들끼리 웃었다. 물론 나를 비웃는 게 아닐 수 있었지만, 손님 입장에서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달랏 니콜라스 바리 대성당

    달랏에는 성당이 몇 개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게 이 성당이다. 이 성당은 쑤언흐엉 호수 기준으로 남쪽에 있다. 이 성당의 특징은 성당 꼭대기에 십자가와 함께 뜬금없이 닭이 있다는 것이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실제로 닭 조형물이 십자가 위에 있다.

 

 

 

 

 


    뜬금없이 성당에 닭 조형물이 있는 이유는, 앞에 말했듯이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던 곳이었기 때문에 그 영향을 받아 프랑스의 상징인 수탉이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성당을 chicken church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달랏 대성당이라고 부르기도 함) 성당 내부도 들어가 볼 수 있는데 시간이 정해져있어서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성당이 꽤 크고 주변도 깔끔하게 잘 정리해놨으므로 들어가 보지 못하더라도 한 바퀴 정도 돌고 나오는 것도 꽤 괜찮다.

 

 

 

 

 

 

크레이지 하우스

    달랏 성당에서 서쪽으로 쭉 가면 크레이지 하우스가 나온다. 정식 명칭은 '항 응아 빌라' 인데 대부분 그냥 크레이지 하우스로 부르는 것 같다. 여기는 구경하러 오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사실은 숙소도 운영한다. 자세히는 잘 모르겠는데 1박에 4~5만 원 정도 한 것 같다. 근데 사람들 막 들락날락하고 시끄럽고 별로 깨끗해 보이지도 않아서 숙박은 비추.. 그냥 구경하러만 방문하는 것을 추천.

 

 

 

 

 


 

    이곳은 입장료를 받는다. 2017년 기준으로 4만 동이었는데 한화로 2천 원 정도로 그렇게 싼 건 아니다.

 

    입장료를 내고 표를 받고 들어가면 저런 풍경이 나오게 된다. 처음엔 좀 당황스러웠는데 집 전체가 그냥 다 이런 식으로 생겼고 생각보다 넓고 높고 규모가 꽤 크다. 크레이지 하우스는 '세계 10대 창의적인 건물'에 뽑히기도 했었다. '항 응아 빌라' 의 뜻은 'fairy tale house'(동화 집, 요정의 집) 이라는데 이름과는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다ㅋㅋ 그래서 crazy house(미친 집) 이라는 이름이 새로 붙은 듯.

 

 

 

 

 


    저녁에 갔었는데 사람 없는 곳 갈 때에는 좀 무서웠다. 나처럼 쫄본데 혼자 가는 거라면 낮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왼쪽 사진처럼 꽤 높은 위치에서 외다리 구조가 은근히 많다. 저기에서 사진 찍다가 핸드폰 떨어뜨리는 사람도 봤다. 항상 조심해야 한다. 

 

    이동이 쉬운 것도 아니고 별도의 안전장치도 없기 때문에 다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았다. '이 높이에 이렇게 가라고?'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구조로 되어있으므로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자세하게 둘러보지 못할 수도 있다. 2017년 기준으로 공사하는 구역도 꽤 많아서 상당히 위험한 구역이 많았다. 지금도 공사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부에는 이런 일반 가정집 형식도 있다. 돌아다니다 보면 소파, 탁자들이 꽤 많다. 자세히 보면 퀄리티가 꽤 좋고 고급스러워 부잣집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크레이지 하우스는 부자가 건축했다.

 

    베트남의 두 번째 대통령의 딸이 계획했다고 한다. 보통 공주라면 이쁘고 우아한 것을 좋아했을 것 같은데 왜 이렇게 괴상하고 특이한 건물을 지었는지는 의문이다.

 

 

 

 

 


    건물 간 이동이 쉽지 않다. 사진을 보면 계단하고 다리가 상당히 좁고 높게 위치해 있어서 위험하다... 높이 있는 좁은 통로를 지날 때에는 짜릿했다. 계단 오르면서 정말 무서웠다. 떨어지면 크게 다칠 높이였다.

 

 

 

 

 


    그래도 위험을 무릅쓰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꽤 괜찮은 전망을 볼 수 있다. 나는 비 온 날 저녁에 가서 달랏이 회색도시, 안개도시로 보였는데 이것도 꽤 분위기 있었다. 낮에 햇볕 쨍한 날에 올라가도 전망이 좋을 것이다. 저 멀리 짝퉁 에펠탑이 보인다.

 

    여기까지 올라온 김에 야경이라도 보고 가자는 마음에 해가 완전히 지는 것을 기다렸다. 시골이라 야경이 별로일 줄 알았는데 꽤 괜찮았다. 해가 지고 불이 켜지는 순간까지 더 기다렸다. 점점 멋있는 야경이 나오기 시작했다. 불을 많이 켜지 않아서 서울에서 보는 그런 야경은 아니었다.

 

 

 

 

 


    최종적으로 내가 크레이지 하우스 꼭대기에서 보고 온 야경이다. 해가 더 질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지만 마감 시간이 꽤 빠르기 때문에 오래 있을 수 없었다. 실제로 보는 것이 더 이쁘다. 달랏의 야경은 한국에서 보던 야경과는 많이 달랐다. 

 

    달랏에는 건물은 촘촘하게 많은데 높이가 다 낮아서 사방이 탁 트여있다. 그리고 공기도 맑아서 탁 트인 전망을 볼 수 있어서 색달랐다.

 

 

 

 

 

저녁밥

    크레이지 하우스를 다 보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어떤 이름 모를 가게에서 메뉴 두 개와 맥주 한 캔을 먹었다. 원래 이 가게를 가려고 한 게 아닌데 찾는 가게가 도저히 보이지 않고 배는 엄청 고파서 그냥 보이는 가게 중 제일 큰 데로 들어갔다.

 

    음식은 그냥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베트남 음식들은 메뉴가 달라도 꼭 그 특유의 향이 난다. 솔직히 저 두 메뉴의 맛의 차이를 못 느낄 정도였다. 소스를 다 비슷한 걸 쓰는 듯하다.

 

    맥주는 사이공 스페셜이라는 맥주를 마셨는데 꼭 한번 먹어보길 바란다. 도수는 5도였던 것 같은데 유럽 맥주, 한국 맥주와는 다른 맛이 나는데 좀 특이하면서도 맛있다.

 

    아 그리고 베트남에서는 식당에 가서 맥주를 시키면 병이나 캔 만 주는 것이 아니라 얼음이 들어간 컵을 같이 주는데 위생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사용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인터넷에 보면 먹고 탈 난 사람의 후기가 종종 있다. 얼음이 깨끗하지 않은 곳이 꽤 있는 듯한데 나는 그냥 시원하게 먹고 싶어서 얼음컵에 마셨다.

 

 

 

 

 


    하루의 마무리로 커피 한잔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lien hoa 근처에 있는 windmill cafe라는 카페에서 마셨는데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줄 서서 먹었다. 현지인들이 많았는데 어린이, 학생, 노인까지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카페인 듯하다.

 

 

 

 

 


    숙소에 돌아와서 야경을 좀 더 보다가 잤다. 지금 사진들을 보니깐 달랏에는 참 특이한 건물들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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